『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라는 책 제목은 참 기가막힌 것 같아요. 특히 저처럼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요. 여기에 제 맛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보려 해요. 살면서 정말 많은 맛집을 다녔는데, 그 추억들이 다 날아가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기록해보려고요. 그때의 그 맛과 음식 비주얼, 느낌, 당시 분위기, 함께 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면서요. 전 먹는 것, 사진 찍는 것, 글쓰는 것을 다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음식을 잘 못하고, 전문가도 아니고 입맛도 까다롭지 않아서 전문적인 맛 칼럼니스트처럼 쓸 수는 없어요. 그냥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제가 느꼈던 것들을 있는 그대로 담아볼게요.
사진 정보를 찾아보니 2021년 6월 경에 광장시장을 다녀왔네요. 저는 육회를 좋아하지만 제 돈 주고 사먹어 본 건 처음이었어요. 지극히 서민인 제게는 비싼 음식이니까요. 제가 그동안 먹었던 육회는 거의 부페에서였던 것 같아요. 그날은 광장시장도 처음이었고 이렇게 사먹는 육회도 처음이었으니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 셈이네요.
시장을 오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잖아요. 어떤 인공 첨가물이 섞이지 않은 인간 고유의 냄새랄까요. 향긋하고 깨끗한 향기는 아니고 때로는 눈살을 조금 찌푸리게 할만큼 쾌쾌한 냄새가 나기도 하죠. 그런데 그런 냄새를 맡으면 뭐랄까, 굉장히 좋은 향기를 맡을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기분이 좋아요. 열심히, 부지런히 오늘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냄새 잖아요. 그래서 저도 열심히 살고 싶어져요. 시장에 다녀오면요. 특히 새벽 시장에서는 그런 냄새가 더 지독하게 나죠. 저는 그런 냄새를 꽤 좋아해요. 가끔 무기력해질 때쯤이면 새벽 시장에 나가보세요. 이 추위에 새벽 네다섯시부터 리어카를 끄는 사람들의 냄새를 맡아보면 무기력증이 좀 나아질수도 있거든요.
그런 분위기와 냄새가 폴폴 풍기는 광장시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육회와 꼬마김밥을 먹었어요. 이건 비유가 아니고 정말 말 그대로 "꿀맛"이더라고요. 이걸 포장해와서 집에서 먹으면 절대 이 맛이 날 수 없어요. 이 맛에는 광장시장 특유의 분위기도 한몫했거든요. 어쩌면 음식의 '맛'에는 분위기가 거의 절반은 차지할지도 모르겠어요. 알프스 융프라우에서 먹었던 컵라면 맛을 잊지 못한다던 친구가 생각나네요.
코로나19로 오래 정체되어 있던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한 것 같아서 너무 좋았어요. 돈을 조금 더 벌면 그땐 꼭 육회낙지탕탕이 먹으러 오려고요.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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